닥터드레 헤드폰 수집기 — 나의 첫 직구부터 Solo Pro까지
처음 닥터드레(Dr. Dre)의 Beats 헤드폰을 본 건,
내가 갓 사회에 발을 들였던 스무 살 후반, 첫 회사의 탕비실에서였다.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던 선배가 닥터드레 SoloHd를 쓰고 있었다.
그 강렬한 광택, 선명한 ‘b’ 로고, 그리고 음악이 새어나올 듯한 묵직한 분위기.
3마원 짜리 이어폰조차 고가였던 나에게, 그건 마치 ‘음악 장비계의 스포츠카’ 같았다.
“형, 저거 얼마에요?”
“직구로 샀지. 닥터드레, 감성 알지?”
그날 이후로 난 이상하게 닥터드레라는 이름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용돈을 탈탈 털어 아마존 직구를 처음 시도했다.
배송을 기다리는 2주는 마치 첫사랑을 기다리는 마음 같았다.
드디어 도착한 Beats Solo HD.
하지만… 박스를 열자마자 뭔가 이상했다.
고무 냄새, 헐렁한 힌지, 그리고 미세하게 벗겨진 로고 프린팅.
그건… 짝퉁이었다.
그 사건 이후, 이상하게도 나는 닥터드레 헤드폰만 보면 자꾸 마음이 흔들렸다.
“이번엔 진짜를 사보자.”
“이번엔 한정판이야.”
“애플이 인수했다는데, 뭔가 달라졌겠지?”
이런 식으로 하나둘… Beats가 늘어갔다.
- Beats Solo2 – 애플 인수 전의 감성이 남아있는 클래식
- Beats Mixr – 중고나라에서 발견한 묘하게 신비로운 붉은 색상
- Beats Solo3 – 애플의 첫 손길이 닿은 모델, 배터리가 정말 오래 갔다
- Beats Solo Pro – 노이즈 캔슬링의 완성, 그리고 나만의 감성 종착지
책장 한 켠에 Beats 헤드폰들이 줄지어 놓여 있을 때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내 음악 취향을 지켜온 작은 역사들 같달까.
신기한 세상이다.
이제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이어패드, 헤드밴드, 케이블까지 다 구할 수 있다.
예전처럼 “망가지면 끝”이 아니라, 직접 수리하고 다시 쓰는 맛도 있다
어쩌면 Beats와 함께 나도 조금씩 성장해온 것 같다.
누군가에게 Beats는 그냥 브랜드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첫 직장의 추억,
첫 직구의 설렘,
그리고 작은 실패에서 시작된 수집의 재미다.
음악을 좋아하든 아니든,
자기만의 “감성 브랜드”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잖아요?
Beats는 오늘도 내 귀 옆에서
작은 박동처럼,
조용히 내 삶의 비트를 울리고 있다.